칠월십팔일날씨조금더우며흐림
수영장엘 갔다, 아직은 수영장물이 많이 찼고 아직은 수영복입은 옷태가 형편없다,
더욱더 다이어트가 절실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마음을 좀 느긋히 먹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내가 다이어트에 잡혀먹게 생겼으니...
승윤이는 튜브를 싫어했다,형들처럼 그냥 자맥질이 하고 싶은 듯 튜브만 끼워주면 땡깡을 부려
물에 동동 뜨도록 겨드랑이만 잡아주니깐 아주 팔짝팔짝 물고기같았다.
칠월십구일날씨비오고흐리며후텁지근
춘천고속도로 체험차 춘천에 갔다, 계획은 아침 일찍 가서 대충 구경하고 닭갈비!로 점심먹자였는데
이래저래 식구가 모이다보니 오후2시에 어느 일식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게 되어 춘천에 가니 막상 저녁먹기도 애매한 시간과 전혀들지 않는 공복감덕에 무슨 공원따위를 하염없이 거닐고 잔디밭에 애들 풀어놓고 공차기나 시키며 시간을 떼웠다.
순전히 닭갈비가 먹고 싶어지기를 기다리며 흘려보내는 시간...
7시반쯤이 되니 슬슬 배가 고프다, 어제 나는 다이어트에 대해 조금 느긋한 마음을 먹기로 했다. 그러니... 닭갈비는 언제라도 맛있다. 닭이라는 아이는 두발로 돌아다닐 때는 조금 섬뜩한 면이 있는데 입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그 부슬부슬한 털이랄지, 벌건 부리나 오돌토돌한 주둥이같은 것들이 떠오르질 않는다. 그만큼 여과없이 요리로서의 닭을 사랑한다.
닭갈비를 먹고 땀이 나니 온천 생각이 몽실몽실....
근처 허름한 온천물속. 승윤이는 39.5도나 되는 열탕에도 함께 들어오더니 내 옆에 앉아 목만 내놓고 있고...
칠월이십일날씨뜨거워등이타들어갈지경의맑음
덕수궁미술관앞 계단에 앉아서 남편과 승윤이를 기다렸다, 뒤에서 투덜거리고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난다.
"뭐야 이게 정말 돈아까워 죽겠네" 또 다른 목소리,"그러게.. 그림 진짜 이상해..."
"도대체 미술선생님은 이런 걸 왜 보라고 추천하는거야? 완전 변태같아..."
"이렇게 건전하지 않은 그림을 5학년에게 보라고 하다니.. 정말 속았어..."
"왜 이런 퇴폐적인 그림을 그리는거야. 정말 역겨워... 속이 메슥거리는 것 같아."
"난 눈 다 버렸어 정말!!! 기분 정말 별로야!"
그 여학생 둘이 본 그림은 보테로의 그림이다. 그렇게 귀여운 그림을 보고도 속이 메슥거리다니..
왠지 그 여학생들이 크리스챤일 것 같다는 나쁜 편견을 잠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분이 별로인 사람은 그들뿐이 아니다,나도 매우 기분이 상해있었다.
남편과 가벼운 말다툼을 했다, 우리는 예전처럼 폭력적인 싸움(??...)은 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 말 그대로 가벼운 다툼이긴 했지만 굳이 이런 장소에서 이런 시간에 그깟일로 투닥거렸다는 자체가 매우매우 불쾌했다. 나는 그림을 다 보고 밖으로 먼저 나오고 유모차에서 잠든 승윤이를 밀고 나올 남편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우리는 곧 화해했다.
보테로전을 보기 전에 르누아르전을 보았다.
르누아르의 그림은... 내 눈이 세련(...)되었거나 그의 그림이 구닥다리이거나 하는 십수가지 이유들로 전혀 감흥이 없었다. 게다가 나는 그의 그림의 년도를 꾸준히 살펴보며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이 사람.. 초기작을 미루어볼때 그림솜씨가 점점 나아지고 있어;;; 그러니깐 이게 뭔가 의도된 화법이 아니라... 그림솜씨가 그냥 그렇다가 점점 좋아진 것은 아닐까.
그러나 르누아르는 위대한 예술가.맞을꺼다;
보테로의 그림은 계속 반복하여 보다보니 식상하기 쉬운 인물화보다 그 부피감이나 질감이 굵직하게 표현된 정물화쪽이 흥미로웠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작업을 하면 이렇게 매끈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하는 역시나 매우 무지하고 소박한 감상을 하고 있었다. 해학을 담은 그의 기품있는 작품들의 내면을 보지 못해 미안했다.보고 싶었지만, 말다툼으로 계속 입술을 삐죽거리고 있는 남편이 신경쓰여 그럴 수가 없었다.
칠월이십이일꽤더웠던햇볕강한맑음
개기일식이 있었고,
나는 근무하는 날이다, 오전근무를 마치고 아침부터 설레였던 혼자 밥먹기를 하러 간다.
손으로 그 수를 헤아려 보곤 놀라 까무라칠뻔 했다.
나는 무려 X년동안 밖에서 혼자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깐 결혼후부터는 한번도.
뭘 먹을까를 아침부터 고민했으나 막상 선택의 시간이 오자 얼렁뚱땅 쌀국수를 먹게 되었다.
백화점 푸드코트였는데 쿠폰 끊어주는 직원에게 양지쌀국수요.. 라고 말함과 동시에...
아..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왠지 정정할 다른 메뉴도 떠오르지 않고 백지장이 된 머릿속은
그냥 이게 아닌데....
밥먹고 장을 보고 옷구경도 했다, 가끔 가는 매장의 샵마는 특이한 시간에 방문한 나를 반가이 그러나 미심쩍게 맞아주었고 나는 놀러갈 때 입을 편안한 바지를 하나쯤 살 생각이었다. 평소 입던 사이즈로 입어보니 아싸라비요~ 허리가 주르륵 흐른다. 기쁜 마음으로 아래 사이즈를 입어보니 이번엔 종아리가 꽉 낀다.... 결국 몇십분을 홀로 탈의실을 들락거렸으나 오랫동안 사이즈 찾아주느라 점원의 진을 뺀게 미안해서 호피무늬 롱나시 하나를 사들고 왔다. 입어보지도 않았다, 맞겠지 뭐...
집으로 오는 길에 미디어법 얘기로 술렁이는 애엄마들을 보았다. 미처 모르고 있었다, 혼자놀기 바빴던 오후가 뉘엇뉘엇 저물고 인터넷을 뒤지며 앉았더니 머리가 띵하다. 우리는 지금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1970년???
칠월이십삼일날씨흐리고덥지않음
내일있을 공연 걱정에 아침부터 B군의 전화가 빗발치고 오후에는 락페경험이 많은 N양에게 여러가지 조언을 들었다.
통화중 절반이상은 아아.. 아 그렇구나. 꺠달음의 연속이었달까;
어제 쌀국수를 먹으며 내일은 기필코 꼭 먹고 싶은 음식을 먹겠어! 라고 다짐했는데 다이어트중인 내게는 허용되지 않는 기름진 고칼로리 음식이 떠올랐다. 별것도 아니다. 징거버거. 그래서 먹었다, 벽보고 앉아서 책을 읽으며 우적우적 버거를 베어먹었다.
짐은 아직 싸지 못했다, 승윤이가 일찍 잠드는 바람에 옷장속의 가방도 옷가지들도 꺼내올 겨를이 없다.
요즘의 승윤이는 이슬처럼 예민해서 작은 소리 하나에도 파르르 놀라거나 깨어나기 일쑤다. 한번 깨면 30분은 옆에서 붙잡혀 있어야 하니 나나 남편은 재우고 나올 때마다 문소리도 못내고 창문을 넘어 베란다로 돌아나오는 스릴만점의 스킬까지 터득했다.
칠월이십사일날씨흐.리.지.만.비.안.오.고.선.선.한.날.씨.이.길....
지산밸리, 오전 11시경 도착예정.